황장엽씨 “核포기 대가 김정일체제 보장은 잘못”

  • 입력 2003년 11월 2일 18시 44분


지난달 27일부터 미국을 방문중인 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는 핵무기 포기를 대가로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독재체제 유지를 보장해 준다는 것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희생시키면서 독재자와 흥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을 초청한 디펜스포럼 주최 오찬 강연회에서 “북한의 인권침해와 기아, 군사독재, 핵무기, 테러, 마약 등의 문제는 김정일 독재에서 비롯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황씨는 미리 나눠준 연설문에서 △김정일 독재체제 내에서 최소한의 경제개혁 시작 △독재체제 폐기와 개혁 및 자유화 정책 실현 △정치 경제 분야에서의 남북한 격차 완화 및 통합 △남북간 경계선 제거 및 단일 중앙정부 수립 등 4단계 북한 민주화 및 통일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김정일 독재체제를 제거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이 핵심 역할을 하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중국도 북한 독재자와의 관계를 끊고 국제 민주세력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일부 재미교포들이 자신의 망명 가능성과 망명정부 수립에 관해 질문하자 “그것은 나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한민국에 온 것은 내 조국에 온 것이지 결코 망명한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우리 민족의 정부”라면서 “민족의 정부가 있는데 무슨 망명정부를 세우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황씨는 이날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독재자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사회가 테러에 대처하듯이 김정일 정권에 맞서 단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것은 독사가 물 것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과 같다”며 극도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씨는 이날 오후에는 백악관에서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국장과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2일 오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와 3일의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 및 자유 라디오 아시아(FRA)와의 인터뷰 등을 끝으로 방미 일정을 마감하고 4일 귀국할 예정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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