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黨개혁 시동]“錢국구 없다” 공천물갈이 터닦기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38분


당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도중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와 홍사덕 총무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반병희기자
당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도중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와 홍사덕 총무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반병희기자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3일 국회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내년 총선에서 ‘전국구 전면 물갈이’를 공언한 것은 향후 당내 공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 대표는 이날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 방안의 하나로 전국구 공천 개혁 방침을 밝혔다. 직능별 전문인을 충원하는 취지의 ‘전(全)국구’가 거액의 공천헌금이 오가는 ‘전(錢)국구’로 전락한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당 안팎의 관심은 전국구 공천에 앞서 이뤄질 지역구 공천 기준에도 최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반영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 “공정한 공천 기준을 세우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으나 당내에선 최 대표의 이날 발언이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구 공천 물갈이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 대표가 비자금 정국의 반전을 위해 과감한 공천 물갈이를 탈출구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최 대표측은 첫 수순으로 ‘상향식 공천’ 일변도인 공천 기준의 대폭 손질에 착수했다. 지구당 경선에 의한 상향식 공천 원칙에만 의존할 경우 지구당 경선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참신한 신진 인사의 정치권 진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개선 방향으로는 전면적인 상향식보다는 중앙당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 놓는 ‘절충형’ 상향식 공천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들을 참여시킨 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기능 강화를 통해 지역구 공천 물갈이를 유도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달 30일 당 정치발전특위가 주최한 ‘상향식 공천제 도입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중앙당 역할론’이 강하게 피력됐었다.

최근 최 대표가 강한 개혁성향을 내비쳐온 이재오(李在五) 홍준표(洪準杓)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을 전면 전진 배치시킨 것도 이 같은 공천물갈이의 ‘로드맵’에 시동을 건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최 대표가 과연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행사했던 것처럼 ‘막강했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당내 기반이 이 전 총재에 비해 열악한 데다 집권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과감한 물갈이를 시도하더라도 자칫 도상(圖上) 훈련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갈이의 표적이 돼온 영남권 중진들은 최 대표측의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인위적인 물갈이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한나라당 물갈이 관련 발언록
시간 장소발언자발언 내용
10월 31일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남경필의원“우수한 인재가 한나라당행을 망설이고 있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두 지구당위원장이 사퇴하자.”
9월 19일기자간담회오세훈의원“외부인사 중심으로 공천심사위를 구성하고 심사위가 현역 의원들을 사전 배제해 현역 의원의 30∼40%를 물갈이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소장파 의원들이 의견을 모았다.”
9월 4일헌정기념관 연찬회최병렬대표“공천 물갈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좋지만 60세 이상은 안 된다는 식으로 특정인을 지정하는 발언은 조심해야 한다.”
8월 17일본보 기자와 전화통화양정규의원“물갈이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도덕성이나 당선 가능성이 돼야 한다. 1당을 지향한다면 과감한 물갈이는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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