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 붕괴돼도 남북분계선 유지해야"

  • 입력 2003년 11월 4일 14시 04분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는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남북한의 경제적 차이가 큰 만큼 당분간 지금의 남북 분계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3일 보도했다.

황씨는 이날 데이비드 잭슨 VOA 총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한 두 사회의 동질화가 필요하며 그 전까지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으로 대거 내려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남한 유입을 막는 대신 "남한의 기술과 자본, 인재들이 북한으로 들어가서 민주사회 건설을 도와주면서 남북한 사이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군부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후계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군부는 정치적 능력이 없고 단지 기계적으로 복종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군부가 정권을 쟁탈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가 권력을 장악하게 될지 알고 있지만 지금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황씨는 또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도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 독재정권과의 동맹관계를 단절할 것으로 보며 이는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햇볕정책과 화해 협력 정책에 대해 평가를 묻는 질문에 "그것은 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근거가 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는 자신의 방미 목적을 "인권 유린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북한 독재정권을 제거하는데 민주주의 수회의 보루인 미국의 동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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