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와의 대타협 모색(?)=노 대통령은 최근 사법부 검찰 경찰 대기업 등 우리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주요 기관 및 세력들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사법개혁위원들과의 오찬에서 “보수(保守)의 보루라는 사법부가 사법개혁에 적극 응해준 데 대해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법개혁은 법조계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법개혁 문제를 둘러싼 대법원과의 미묘한 갈등 기류는 상당부분 해소된 분위기다.
검찰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의 특검 주장은 검찰 수사 흔들기”라고 일축하면서 검찰에 힘을 실어 주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기업의 비자금 수사는 피하고, 뇌물이 아닌 한 사면 용의가 있다고 말해 기업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에 대해서도 내년 총선을 앞둔 기부행위 단속과 관련해 지난달 “몇 백명이라도 특진을 시키라”며 사기 진작용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다.
지난달 초 이후 인사 패턴도 바뀌는 모습이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전윤철(田允喆)씨와 장승우(張丞玗)씨를 각각 감사원장과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기용한 반면 386 핵심 측근인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을 퇴진시켜 ‘코드 인사’ 패턴이 바뀌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對)언론 관계 변화하나=취임 이후 가장 충돌이 잦았던 언론과도 노 대통령은 적극적인 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4일 저녁 주요 방송사 및 통신사 편집·보도국장단을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갖는 데 이어 5일에는 주요 신문사 편집국장단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틈만 나면 언론에 대한 불만과 거부감을 표시하던 발언도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3, 4일 이틀 동안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해 이를 보고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며 언론의 지적 사항을 정부 정책에 제대로 반영할 것을 내각과 대통령비서실에 주문했다.
4일 국무회의에서는 “(언론에 의해) 국민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는 정부는 살아 있는 정부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전통적 지지층 재결집 시도=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호남지역 지지층과 진보세력 등 자신의 고정 지지층에 대한 재결집에도 나서고 있다.
노 대통령은 3일 ‘김대중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세계적인 지도자’라고 한껏 치켜세우는 등 취임 이후 대북송금사건 특검 수사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구속에 따른 전(前)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 해소에도 나선 모습이다.
최근 내놓은 보유세 강화를 축으로 한 주택시장 안정대책과 제주 4·3사건에 대한 공식사과도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서민층과 진보세력을 향해 ‘현 정부의 색채는 개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 행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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