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非전투병 파병, 美에 1차 타진… 최종결정 아니다”

  • 입력 2003년 11월 6일 18시 32분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대미 파병협의단이 비전투병을 중심으로 3000명 정도를 파병하겠다는 의사를 미국측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전투병 파병’ 카드가 미측과의 협상전략의 일환인지, 아니면 사실상 확정된 정부 방침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6일 ‘비전투병 파병’ 카드가 우리측이 갖고 있는 여러 복안 중의 하나라는 점은 일단 인정했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제부터 미국과 여러 안을 놓고 협의해 나가는 것”이라며 “비전투병 파병도 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관계자는 “대미 파병협의단이 비전투병을 위주로 파병한다는 기본 개념을 미측에 전달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최후통첩의 성격은 아니고 미측이 새 의견을 제시하면 계속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 따르면 ‘비전투병 위주 파병안’은 이라크의 치안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고 국민 여론도 전투병 파병에 다소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는 점을 감안한 1차 제안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최종결정권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아침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도대체 대통령도 모르는 파병 규모를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유감이다.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문제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보도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비전투병 파병안이 최종안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관계는 경제적 전망에도,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쨌든 추가 파병이 결정된 뒤 미국은 북핵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줬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중요한 고려 요소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파병 규모가 다소 커지거나 전투병의 비율이 더 높아지더라도 비전투병 위주의 파병이라는 큰 골격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군의 주둔지로 거론되는 이라크 북부 모술지역의 미 101공중강습사단이 다국적군이 아닌 미 해병지원대로 전면 교체될 것이라는 미 언론보도가 사실일 경우 한미간 파병 협의는 원점에서 재론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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