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 盧측근 비리 특검 합의

김기춘 국회법사위원장(오른쪽)이 6일 오전 대선 자금 규명 특검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법사위회의실을 점거, 농성 중인 김근태 열린 우리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를 설득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6일 여야 의원간의 치열한 논란 끝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 수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은 7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할 경우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절차를 거쳐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소위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날 소위에 참석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5명은 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넘기는 데 동의했으나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소위가 끝난 뒤 “나는 법안을 넘기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위는 또 지난해 대통령선거 자금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 2가지는 7일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소위에 특검법안 수정안으로 제출한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수사 대상은 △김성철(金性哲)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의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과 노 대통령의 선배인 이영로씨 등에 대한 300억원 제공 의혹, SK 등의 최 전 비서관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등에 대한 S그룹의 95억원 제공 의혹 △청주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의 노 대통령후보측에 대한 50억원 제공 의혹 등이다.

소위는 또 국회의장과 대한변협회장이 협의해 특검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던 법안 내용이 3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대한변협회장이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들과 협의해 특검 후보를 결정하는 것으로 법안을 수정키로 했다.

천정배 의원은 소위에서 “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국회의장이 특검 후보를 결정하면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국회의장이 침해하는 셈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당초 총 150일인 특검 수사기간도 90일로 축소하는 데 합의했다.

이날 소위에선 특검법안의 적정성과 검찰 수사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간에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은 “검찰이 대선자금 전반에 대해 수사를 한다면서 정대철(鄭大哲) 이상수(李相洙) 의원과 희망돼지 관련 불법모금 의혹은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천정배 의원은 “검찰은 노 대통령후보 관련 의혹을 포함해 대선자금 전반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 의원은 “검찰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 관련 수사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천 의원을 몰아세웠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