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원장은 이날 취임식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감사원의 개혁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얘기를 했다.
연공서열 타파, 외부 전문가 영입, 권력집단에 대한 성역 없는 감사 등을 통해 감사원을 완전히 새로운 기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그의 청사진이었다.
그는 “국가 주요 정책과 사업에 대한 진단과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면서 “공직부패와 비리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 위주의 직무감찰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과 함께하는’ 감사원상의 구현을 위해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국민감사청구제도를 대폭 개선해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장 및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경제부총리 등 오랜 기간 다양한 고위 공직생활을 한 그의 경력은 새로운 감사원을 만들어 가는 데 분명히 좋은 토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 원장의 멋진 구상은 무엇보다 감사원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내부 비판과 반성이 전제돼야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그동안 적발 처벌 위주의 직무감사에 치우쳐 공직사회의 보신주의와 비능률을 초래해 왔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공직사회에서 ‘감사원 무용론’까지 심심찮게 나돌았을 정도다. 과거 산업은행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검찰 수사는 받아도 감사원 감사는 정말 못 받겠더라”며 무리한 ‘건수 올리기’식 감사의 문제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공직사회의 ‘시어머니’로 불리는 감사원이 정작 권력기관들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여온 것도 문제다. 감사원이 지난달 국회 법사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 국군기무사령부, 규제개혁위원회, 서울 대전 대구의 3개 고등검찰청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들은 지난 10년간 한 번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점에서 전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감사원의 보수적 조직문화와 권위적 행태에 대한 일부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감사 행태 및 관행의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의 말처럼 감사원이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능력 있는 인재를 울타리 밖에서 과감히 등용하고, 시대의 흐름을 꿰뚫기 위한 직원들의 부단한 노력과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이 같은 전제조건들이 충족돼야만 감사원은 거듭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종훈 정치부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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