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폭과의 전쟁’에 나서야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30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전국의 강력검사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강력범죄 대처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재신임과 대선자금에 대한 정치권 공방에 묶여 있던 대통령이 모처럼 조직폭력과 흉악범죄 척결 등 민생치안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유흥업소와 매춘, 공사입찰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 활동해 온 조폭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건설 재건축 인력수출 카지노 오락실 벤처 파이낸스 등 전방위로 활동영역을 넓혀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국제 공조’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조폭이 4년간 수천명의 중국 동포를 밀입국시키며 수백억원을 챙겨 온 사실이 그 예다. 그렇지 않아도 사채시장 자금의 상당액이 일본 야쿠자 자금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중국과 러시아 조폭마저 한국을 자신의 영업장처럼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부산지역 성인오락실 불법 영업실태 및 상납 고리를 추적 보도한 언론이 조폭으로부터 협박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마저도 벌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조폭 세상’인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에서 200여 조직, 4000여명이 각종 ‘조폭 비즈니스’에 개입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날로 ‘기업화’ ‘지역화’ ‘세계화’하고 있다. 한국이 동북아 ‘물류 중심’이 되기 이전에 ‘조폭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지경이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폭을 뿌리 뽑아야 한다. 전시용 반짝 수사를 펼치기보다는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단속으로 조직을 철저히 와해시켜야 한다. 세무당국은 조폭의 자금원을 차단해 이들의 불법적 영리활동의 싹을 잘라야 한다. 정치권 및 수사기관 내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이들의 비호세력을 척결하는 일에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조직폭력의 정신적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지켜낼 수 없는 정부는 제대로 된 정부일 수 없다. 정부가 ‘조폭과의 전쟁’에 나서야 하는 명백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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