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카자흐는 자원大國… 투자 환영”

“소련에서 물려받은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했던 카자흐스탄으로서는 북한의 핵개발을 누구보다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환영합니다.”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2일부터 2박3일 동안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본보와 가진 서면회견에서 “민주화와 시장경제를 진행 중인 카자흐스탄은 한국이 그동안 이룩한 것을 모델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은 최근 카스피해 유전과 가스전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중앙아시아의 자원대국으로 각광받고 있다. 4년 동안 매년 10% 안팎의 고속성장을 하며 역동성이 넘치는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카자흐스탄 관계 현황 및 이번 방한의 목적은….

“한국 방문은 8년 만이다. 한국은 카자흐스탄의 중요한 투자자이자 교역상대국이 됐다. 최근 5년 동안 한국이 카자흐스탄에 투자한 금액은 16억달러가 넘고 올해 상반기 교역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 증가했다. 자원 개발, 원자력, 정보통신 등이 유력한 협력 분야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경제협력 외에 아시아 지역의 안보보장 등 국제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경제를 소개해 달라.

“카자흐스탄은 확인된 매장량만 석유 28억t, 천연가스 1조8000억m³로 세계 10위권의 자원대국이다. 특히 카스피해 유전과 가스전 개발사업에는 앞으로 25년 동안 1000억달러 이상의 외자가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유지하고 투자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미 국제수준의 금융 조세시스템을 구축했다.”

―카스피해 개발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가.

“양국은 에너지공동위원회를 구성해 11월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국기업들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카스피해 유전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타당성조사를 하고 있으며 곧 개발사업권 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 등 한국기업들이 카자흐스탄 국영기업과 함께 석유가스 개발,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기업의 참여를 적극 환영한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리적 특성 때문에 주변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다각외교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러시아와는 전통적으로 밀접하지만 미국과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과는 91년 독립 뒤 핵무기 폐기 문제를 논의하면서 경제지원 등으로 대화의 폭을 넓혀 왔다.”

―한국에서도 행정수도 건설 논의가 있는데 97년 수도를 옮긴 이유는….

“전 수도인 알마티가 너무 남동쪽에 치우쳐 있어 지리적으로 중앙인 아스타나로 옮긴 것이다. 신생국으로 새 수도를 정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아스타나 건설에는 25억달러(약 2조9600억원)가 투입됐다.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는 경제적 효과도 거두었다.”

―10만명에 이르는 고려인의 위치는 어떤가.

“카자흐스탄에는 100여개가 넘는 민족이 공존한다. 독립 이후 민족간의 융합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고려인들은 정치 경제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존경받고 있다. 고려인이라는 훌륭한 인적자원은 한국의 카자흐스탄 진출에 유리한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약력▼

1940년 생

1969년 공산당 지방조직에서 활동 시작

1984년 카자흐스탄 각료회의 의장

1989년 카자흐스탄 공산당 중앙위 제1서기

1990년 카자흐스탄 최고회의 의장

1991년 독립과 함께 초대 대통령 선출. 95, 99년 대선에서 당선(개헌으로 99년부터 임기 7년으로 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