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外風)이 그만큼 심하다는 얘기다. 복지부 간부들은 이를 두고 “복지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풍토가 있는 데다 타 부처에 비해 복지부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복지부 장관은 ‘지역 안배’와 ‘여성 안배’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임명된 경우가 많다. 역대 복지부 장관의 상당수가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여당 출신 정치인이란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 때문에 복지부 공무원들은 인사에 관해 상당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5공화국 이후 복지부를 거쳐 간 23명의 장관 가운데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은 무려 13명. 천명기(千命基) 김정례(金正禮) 이해원(李海元) 문태준(文太俊) 김종인(金鍾仁) 김정수(金正秀) 안필준(安弼濬) 서상목(徐相穆) 이성호(李聖浩) 손학규(孫鶴圭) 주양자(朱良子) 김원길(金元吉) 전 장관과 김화중(金花中) 현 장관이 그들이다.
여성 장관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5공 이후에만 김정례 박양실(朴孃實) 송정숙(宋貞淑) 주양자 김모임(金慕妊) 김화중 등 6명의 여성 장관이 발탁됐다.
특히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이성호 전 의원을 복지부의 30대 장관(7개월 재임)과 32대 장관(3개월 재임)에 두 차례나 기용했던 것은 복지부 장관 인사가 ‘정권 마음대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실례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은 두 번째 재임 중 부인의 비리 혐의가 문제가 돼 장관직을 물러났는데, 두 차례 합쳐 재임기간이 10개월에 불과하다.
복지부의 한 고위간부는 “장관 대부분이 비전문가인 데다 평균 재임기간이 1년도 채 안 되다보니, 일부 장관들의 경우 부내 인사에서 ‘내 사람’ 챙기기를 하는 등 폐해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장관 인사가 정치바람에 좌우되기는 하지만, 정작 복지부 업무는 어느 부처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복지부의 주요 국장은 사무관이나 과장을 해당국에 근무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 가운데 임명하는 게 전통이 된 것도 업무의 전문성 때문이라는 게 노연홍(盧然弘) 총무과장의 설명이다.
강윤구(姜允求) 차관은 원래 경제기획원 출신이나, 1987년 복지부에 국민연금 업무가 맡겨지면서 기금관리과장으로 복지부에 전입해 와 성장한 케이스다.
현재 복지부는 사회복지정책실장(송재성·宋在聖·1급)이 앞에서 끌고 연금보험국장(이상석·李相錫), 보건정책국장(변철식·邊哲植), 기초생활보장심의관(문창진·文昌珍) 등이 뒷받침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을 복지부의 ‘4두(頭) 마차’로 부르기도 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관련 정책(연금보험국장), 의약분업, 경제특구 내 외국인 전용병원 설립 등 국민보건에 관한 총괄업무(보건정책국장), 빈곤층 및 소외계층 대책(기초생활보장심의관) 등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정책이 이들 손에서 입안되고 있다.
복지부가 최근 보직경로제를 만들어 직원들이 의료정책 연금보험 사회복지 등 세 분야를 택일해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도 전문성을 강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과거 의료보험국과 국민연금국이 통합된 연금보험국은 강 차관, 송 정책실장, 문경태 기획관리실장이 모두 거쳐 간 데다, 중간간부간의 유대도 끈끈해 ‘연금 인맥’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1994년 보건복지부로 직제가 바뀌기 이전인 보건사회부 시절엔 의정국 약정국 식품국이 ‘3대 꽃보직’으로 불렸다. 이들은 인허가권을 갖고 관련 업계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들 조직이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으로 모두 이관된 상태.
여성을 중용(重用)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도 복지부 인사의 한 특징이다. 여성 공무원의 비율이 54%로 타 부처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장옥주(張玉珠) 한방정책관(44·행시 24회)은 전재희(全在姬) 한나라당 의원(노동부 국장 역임)에 이어 중앙부처에서 행시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국장직에 오른 여성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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