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위 내년예산 “일단 늘리고 보자”…‘善心 뻥튀기’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8시 49분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내년 예산안을 예비 심사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증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오히려 이유 없이 증액을 한 사례가 많아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부실 예산 심의’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본보 취재 결과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117조5000억원의 예산안은 상임위를 통과하며 7조원이나 늘어난 상태로 예결위로 넘겨졌다. 이 같은 각 상임위의 예산안은 국회 예결위 전문위원들이 지적하는 예산 삭감 및 감액 의견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 늘리고 보자”=대표적 사례는 서울 부산 대구의 지하철건설사업이다.

국회 예결위 전문위원들은 “지자체들의 사업추진이 미진해 올해 예산도 수백억원씩 남았다”며 3개 사업예산에 대해 747억원을 줄이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 건설교통위는 오히려 1082억3700만원을 늘려 총 사업예산을 4676억3400만원으로 책정했다.

산업자원부가 추진한 ‘지역혁신특성화 시범사업’ 예산도 상임위에서 뒤집어졌다. 국회 전문위원들은 각 시도를 문화 및 산업별로 특화시키는 이 사업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고,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후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예산 500억원 전액 삭감을 제안했다. 정부예산 500억원도 이미 기획예산처가 비슷한 이유로 산자부의 1500억원 요구 중 1000억원을 잘라낸 액수였다.

하지만 국회 산자위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기다릴 수 없다며 오히려 500억원을 늘려 1000억원의 예산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수정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들도 “지자체로부터 사업공모를 받기 전이라 예산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국방부의 대통령 전용헬기 도입사업은 국회 국방위에서 한때 전액 삭감이 검토됐으나 실제론 정부예산안 200억원 중 100억원 삭감에 그쳤다.

국방위의 한 의원 보좌관은 “처음엔 기존 헬기를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 중론이었는데 상임위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민원성 간청이 이어져 결국 사업을 살려놓았다”고 말했다.

▽사라진 예산 살려내기=기획예산처가 국가예산 전체를 조율하며 없앤 예산이 지자체와 의원들간의 협의 과정에서 되살아나기도 했다.울산시가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울산지역 거점병원 설립사업의 경우 기획예산처는 설계 및 감리예산 38억여원에 대해 ‘울산엔 2차 병원이 적지 않고 전체 사업비용 100억원도 과도하다’며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이 예산은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의 삭감 이후 울산시가 의원들에게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물꼬 트기’식 예산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남도청 이전 예정지인 전남 나주시 남악신도시의 교통·생태 시범도시 육성사업은 기획예산처가 예산 257억여원을 거부하자 국회 건교위가 10억원을 배정했다.건교위 모 의원은 “일단 10억원을 배정해 사업이 굴러가기 시작하면 2005년엔 국고지원을 끊을 수 없다”며 물꼬 트기 예산임을 인정했다.

▽지역구 사업 예산 따내기는 이제 시작=의원들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정책질의에서도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나라당 김병호(金秉浩·부산진갑) 의원은 “부전∼마산 복선전철사업은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낙동강 구간 기본설계비용 50억원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이재선(李在善·대전 서을) 의원은 “내년도 충청권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전체예산 대비 7%밖에 되지 않는다. 충청도 사람들을 기만하는 작태다”고 목청을 높였다.

열린우리당 남궁석(南宮晳·경기 용인) 의원은 용인 아파트단지의 도로확충을 요청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2004년 국회 상임위 통과 예산안중 예결위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항목
상임위관련 부처사업예산증감 결과, 신규 사업 추가/( )는 예결위 전문위원 판단
산자위산자부지역혁신특성화 사업정부안(500억원)에 500억원 증액(계획 미흡으로 전액 삭감해야)
한국전통공예촌 조성50억원 신설
게임산업단지 기반구축30억원 신설
정무위국무총리실국무총리실의 시민단체 해외연수1600만원 삭감(7900만원 전액 삭감해야)
건교위건교부전남 남악 신도시 개발10억원 신설
내포 등 충남 서북부지역 문화개발15억원 신설
전국 지하철 승강시설 개선140억원 신설
서울 부산 대구 지하철 건설비1082억여원 증액(747억원 삭감해야)
법사위감사원감사활동경비1000만원 감액(8억300만원 감액해야)
과기정위과기부지방과학기술 혁신사업정부안(300억원)에 300억원 증액(원안 전액 삭감해야)
재경위재경부참여정부 1주년 기념세미나정부안(5억원) 통과(전시성 사업으로 전액 삭감해야)
행자위행자부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지원10억5000만원 삭감(28억7800만원 삭감해야)
보건복지위보건복지부한방산업단지(바이오벨리) 조성설계비 21억원 신설
국방위국방부대통령전용헬기 도입정부안(200억원)에서 100억원 삭감, 국방위 보좌관 회의에선 정부안 전액 삭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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