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헌법유린이 아니라고 한 대통령의 말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 판단은 당연히 국민의 편에서 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국회 무시’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재적의원 3분의 2가 넘는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법안을 거부하는 것을 ‘국회 존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의를 해도 이들이 다시 찬성하는 한 아무런 법률적 이득이 없다. 여론도 특검법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하다.
세 야당이 특검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불신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도중 특검을 할 경우 모순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따라서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의 업무영역은 실무차원에서 정리될 수 있는 문제다. 그것이 특검법안을 거부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과 가까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대선 당시 노 후보 캠프에 거액의 대선자금을 제공하고, 한때 대통령의 운전사였던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에게도 수억원을 준 의혹이 불거지는 등 특검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이 특검 수용으로 이런 측근비리 의혹을 털고 가지 않는다면 국정운영에 두고두고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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