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래도 ‘특검 수용’이 옳다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31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자신의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과 관련해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권한”이라며 “재의(再議) 요구를 할지 말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특검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헌법유린이 아니라고 한 대통령의 말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 판단은 당연히 국민의 편에서 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국회 무시’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재적의원 3분의 2가 넘는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법안을 거부하는 것을 ‘국회 존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의를 해도 이들이 다시 찬성하는 한 아무런 법률적 이득이 없다. 여론도 특검법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하다.

세 야당이 특검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불신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도중 특검을 할 경우 모순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따라서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의 업무영역은 실무차원에서 정리될 수 있는 문제다. 그것이 특검법안을 거부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과 가까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대선 당시 노 후보 캠프에 거액의 대선자금을 제공하고, 한때 대통령의 운전사였던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에게도 수억원을 준 의혹이 불거지는 등 특검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이 특검 수용으로 이런 측근비리 의혹을 털고 가지 않는다면 국정운영에 두고두고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