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두복/중국의 대북 ‘新思考’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21분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중국의 태도 변화에는 북핵 문제가 그들의 국가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심각한 평가가 중요한 작용을 하는 듯하다. 이념보다는 국가이익이 우선시되는 그들 외교정책의 기본 흐름이 대북한 정책에도 투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군사동맹에도 ‘국익 우선’ 적용 ▼

이러한 변화는 중-북한 접경지역의 국경대(國境帶) 관념에 중요한 변화가 일고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지금까지 중-북한 접경지역에서는 국가이익을 기초로 하는 엄격한 국경선의 개념보다는 상호 혈맹적, 혁명적 연대와 상호 피난처로 인식되어 온 국경대의 관념이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상호 경제 문화 생활수준의 고저(高低)에 따라 인구가 자연스럽게 이동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이념이 점차 퇴색되고 국가이익이 선명히 부각됨에 따라 이러한 국경대의 관념도 점차 국경선 관념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측이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인민해방군을 배치한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은 양국 접경지역에 공안(경찰)을 배치해 보다 느슨한 형태의 국경 개념을 유지해 왔으나 이를 정규군으로 대치한 것은 중국의 대북한 정책에 있어서 국가이익의 부각과 함께 느슨한 형태의 국경 개념이 보다 첨예한 국경선의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북한간의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상징적 현상들은 지금까지 중국 사회에서 터부시돼 온 일부 민감한 주제들에 대한 중국 학계의 활발한 논의와 신사고(新思考)의 주장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북핵 문제에 대한 최근 중국 학계의 평가는 그들의 국가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기초로 해 이뤄지고 있다. 즉 북핵 문제를 핵 보유를 통한 체제 유지라는 북한의 생존전략의 산물로 평가하면서 북한과 같은 잠재적 핵 보유국으로부터 초래되는 위협이 핵 강대국으로부터 초래되는 위협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개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현실화될 경우 동북아에서 핵 개발 도미노 현상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중국이 핵 보유국에 포위됨으로써 안보이익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금까지 공식적 논의가 불가능한 민감한 주제의 하나였던 중-조(中-朝)간의 군사동맹 부분에 대한 신사고적 주장이다. 즉 중조간 조약상의 군사동맹 조항은 우선 군사동맹을 그들의 정책선택으로 삼기를 완전히 포기한 중국의 신안보관(新安保觀)과 대립될 뿐 아니라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군사동맹 조항의 폐기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모험적 행동을 자제시키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해결해 가는 중국 정부의 일련의 노력이나 정책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학계의 최근 동향은 중국 사회에서 하나의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아 온 사상해방(思想解放)이나 신사고가 지금까지 예외적 지대로 간주됐던 대북한 관계에도 이미 투영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북 관계에서 이러한 터부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중국 지도부가 마오쩌둥(毛澤東)의 유산으로부터 철저히 탈피해 보다 자유로워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체제가 추구하는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 수행이나 위상 확립을 위해 과거 혁명과 전쟁을 기조로 했던 마오(毛) 유산으로부터의 철저한 탈피가 기본전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오 유산의 완벽한 청산이 전제되지 않는 한 중-북한 관계는 지역문제나 국제문제에 대한 일정한 역할을 통한 중국의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위상 확립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미묘한 변화 北核해법 연계를 ▼

중국 사회의 흐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중국 외교의 근저에 흐르는 새로운 추세들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특히 중국 외교정책의 새로운 추세가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국이 순기능을 하는 쪽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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