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측근비리 수사]검찰 “대통령이 또 부담주네”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56분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姜錦遠) 부산 창신섬유 회장과 노 대통령의 고향친구인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노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TV토론을 통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두고 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같은 반응은 측근비리 특검 법안에 대한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검찰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기조다.

검찰은 강 회장과 선씨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되는 이번 주 이후 노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SK비자금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혐의는 노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 비리’로 마무리할 수 있지만 강 회장이 선씨에게 건넸다는 9억5000만원은 노 대통령이 운영했던 장수천의 채무 변제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강 회장이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씨에게 19억원을 건넨 뒤 장수천 빚을 갚게 한 것도 수사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지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이를 둘러싸고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어 검찰은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측근과 관련된 의혹은 특검에 넘기지 않고 철저히 밝혀내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현직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헌법상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는 점이 검찰 수뇌부의 고민이다.

대통령에 대한 조사 문제를 둘러싸고 명확한 법리나 학설이 없다는 점도 검찰의 결정을 미루게 하는 요인이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을 소추만 할 수 없을 뿐 진상규명 등을 위한 조사는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과 검찰 조사는 소추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노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측근 수사를 통해 밝혀내되 노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방안은 피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노 대통령 스스로가 조사를 받겠다고 자청하고 있는데도 이런저런 이유와 논리를 내세워 직접 조사를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낸다면 ‘봐주기 수사’ 논란과 함께 수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민거리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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