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中동포 국적문제,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워”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56분


노무현 대통령(왼쪽)은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해 불법 외국인체류자 추방에 맞서 한국 국적 인정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여온 조선족 동포들을 위로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예고 없는 방문을 눈물로 맞은 뒤 단식농성을 풀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왼쪽)은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해 불법 외국인체류자 추방에 맞서 한국 국적 인정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여온 조선족 동포들을 위로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예고 없는 방문을 눈물로 맞은 뒤 단식농성을 풀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전 불법체류 중인 중국 동포 300여명이 한국 국적 회복을 요구하며 16일째 단식농성을 벌여 온 서울 구로구 구로6동 서울조선족교회(담임목사 서경석·徐京錫)에 찾아가 이들을 위로했다.

노 대통령은 교회 3층 예배실에서 동포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음속으로는 바로 해결하고 싶지만, 중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하는 국가간 주권 문제가 있어 금방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공무원들도 성의를 갖고 노력하지 않겠느냐. 여러분이 바로 혜택을 받지는 못해도 다음에 여러분 후손이나 다른 사람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동포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이어 노 대통령은 “여러분은 법적으로 어찌됐든 간에 우리 동포다. 여러분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가 (중국에) 가고 싶어 간 것도 아니고, 민족의 운명이었다. 당장 문제가 풀리지 않더라도 버림받았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 달라”고 격려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교회 1층 숙소에 들어서자 단식 중이던 동포들은 노 대통령의 손을 부여잡고 “우리는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통곡했다. 노 대통령은 동포들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자, 울음은 이제 그칩시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방명록에 ‘중국동포 여러분 힘내세요. 국경과 법 제도가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건강 잘 돌보십시오’라고 적은 뒤 “희미하게 써지네요. 마음은 진한데…”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이 돌아간 뒤 중국 동포들은 단식농성을 풀었다. 한편 이날 방문은 “기대감만 높여줄 수 있다”는 일부 참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뜻이라도 전해야겠다”고 고집해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정과제회의 일정을 미뤄 놓은 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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