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재신임 고민… 고민…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57분


재신임 투표의 강행 여부를 놓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SBS TV좌담에 출연해 재신임과 관련해 “국민투표 방식이 용납될지 모르겠지만, 어떤 방법이든 찾겠다”며 국민투표가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음에도 청와대는 뾰족한 묘안이 없어 고심 중이다.

27일 헌법재판소가 ‘재신임 국민투표’의 위헌 여부에 대해 각하(却下) 결정을 내렸지만, 헌재재판관 9명 중 4명이 위헌 의견을 낸 점도 근본적인 고민거리다. 국민투표가 구체적 실행단계에 들어가면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한 관계자는 30일 “국민투표 공고가 나고, 누군가가 헌법소원을 내면 헌재로서는 위헌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령이 ‘나를 지지하느냐 거부하느냐’고 묻는 식의 신임투표는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에서는 대안으로 △정책연계 국민투표 △총선과 재신임의 연계 △국민 여론조사 등 세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안 역시 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중요 정책과 연계하는 국민투표 방안은 어떤 정책을 연계하느냐는 문제가 있는 데다, 측근 비리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는 재신임 제안의 본래 취지를 상실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총선 연계 방안과 관련해 청와대에서는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고, 책임총리제 도입과 같은 것을 공약으로 제시한 뒤 선거 결과에 따라 심판을 받는 방법을 상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또 측근 비리 특검이 실시되면 내년 3월 초쯤 수사가 끝나므로 총선 연계 방안이 상당히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재신임 문제가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될 수 있다며 총선 연계안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 방식과 유사한 국민 여론조사 방식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거취와 직결된 문제를 여론조사로 판가름하는 것은 무게가 떨어진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한편 노 대통령의 생각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재신임 철회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재신임 자체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다만 ‘재신임 철회’의 주체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철회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우리당은 정치권의 협상을 통해 처리하자는 입장이어서 다소 논란이 예상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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