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대표 “국회파행은 대통령 특검거부 탓”…쓴소리

  • 입력 2003년 12월 1일 19시 03분


민주당 조순형 신임 대표(왼쪽)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열린우리당사를 방문해 김원기 공동의장과 국회에서의 특검 재의 추진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경제기자
민주당 조순형 신임 대표(왼쪽)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열린우리당사를 방문해 김원기 공동의장과 국회에서의 특검 재의 추진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경제기자
“국가 현안을 오래 끌면 안 된다. 재신임 국민투표는 이제 철회할 때가 됐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1일 대표취임 예방차 당사를 방문한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대통령에게 꼭 전해 달라”며 평소 가슴에 담아뒀던 ‘쓴소리’를 풀어 놓았다.

그는 먼저 “대통령이 나와 추미애(秋美愛) 의원에 대해 섭섭함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며 “대통령이 됐으면 바다와 같이 넓은 도량으로 감싸야지 1년 전의 일을 갖고 자꾸 얘기를 꺼내는 것은 옳지 않다. 국사(國事)가 많은 데 대통령이 그럴 시간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조 대표와 추 의원 등이 대선직후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에 동의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조 대표와 추 의원이) 날 보고 배신자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난한 것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그는 또 현재의 정국 파행과 관련해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법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국회 정상화가 안 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 한나라당에 대해 ‘개와 고양이 싸움’이라는 식으로 자극해서는 정치가 어려워진다”고 충고조로 말했다.

그는 이어 “꼬마민주당 때 유 수석과 대통령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는데 이제 유 수석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다. 자리가 무서운 것 같다”며 대통령과 참모들간의 의견소통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과 최병렬(崔秉烈) 한나라당 대표, 김원기(金元基) 열린우리당 공동의장,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 등으로 이어지는 연쇄 방문에서도 분명하고 일관되게 국정운영 우선 원칙을 내세우며 정파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할 말을 다했다.

한나라당이 국회로 들어와 헌법에 정해진 대로 특검법안 재의 절차를 밟으며 정국 정상화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요지였다.

그는 이날 저녁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원칙과 타협이 양립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로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국가경영을 위해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최대의 룰이 헌법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측근비리 특검법안을 둘러싼 작금의 헌정파행 상태부터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이 행정부의 여당 즉 ‘행정여당’이라면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의석을 가진 책임 있는 ‘입법여당’이다”며 “헌법상 재의절차를 밟도록 돼있는 특검법을 놔두고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헌정 위기를 부르는 길이다”고 주장했다.

한 측근은 “사람을 만나면 정면으로 눈을 응시하는 시간이 2, 3초에 불과할 정도로 인간적으로는 수줍음을 타는 분”이라며 “그러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스타일이면서도 한번 정해진 원칙에는 결코 양보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실제 그는 지난달 30일 중앙상임위원회의에서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을 추천했을 때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초선이지만 장관을 두 번 지내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당무에도 성실성을 보인 분’이라는 인선원칙을 내세워 관철시켰다. 반대로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의 예방 통보에는 “당의 정체성에 비춰 첫 손님으로 부적절하다”는 건의를 받아들여 방문을 연기토록 하는 등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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