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검찰측 신문에서 송씨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인지(認知), 오길남씨 방북 권유, 독일 내 한국학술연구원을 통한 입북 사전 교육 등의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또 북한 학자들의 접촉사실과 북측으로부터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친북 공작활동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송씨는 또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하는 등 북한체제의 성격규정과 관련된 물음에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노동당 규약을 읽어 봤느냐’는 질문에도 “안 읽어봤다”고 답했다.
그러나 변호인측 신문에서 송씨는 “북한이 남북학술대회를 체제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더라도 이를 계속 주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글 수는 없지 않느냐.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바로 남과 북이 계속 만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측은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도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이 송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북의 지령을 받고”라는 말을 반복하자 변호인측은 “‘지령’이란 단어에는 가치판단이 담겨 있다”며 반발했다.
앞서 송씨는 모두진술을 통해 “민족의 현실이 제기하는 절박한 과제를 늘 긴장 속에 응시해온나를 이토록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비민주적이고 반통일적인 구조를 고발하고 저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그러한 시간을 정말 오래 기다렸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조국의 민주화 통일을 화두로 삼아 살아온 나를 ‘광복 이후 최대간첩’으로 둔갑시키는 현실 속에 이 사회가 지니고 있는 핵심적 문제를 읽을 수 있었다”며 “우리는 새 것을 맞이하기 위해 그동안 관성적으로 달려왔던 속도를 우선 멈추어야만 한다. 나는 1평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을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는 ‘일단정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송씨의 부인과 차남,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송씨의 모두진술이 끝나자 박수와 욕설이 교차되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 40대 남자 3명이 가스총을 갖고 법정에 들어가려다 청원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한편 독일 한국학협회 의장이자 ‘송두율 교수 석방 유럽대책위원회’ 소속인 라이너 베르닝 박사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학문과 사상,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해외 학자 920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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