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파병案 이젠 ‘중구난방’

  • 입력 2003년 12월 2일 18시 44분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과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자료를 챙겨보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이라크 한국인 피격사태와 추가 파병 등 현안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경모기자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과 조영길 국방부 장관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자료를 챙겨보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이라크 한국인 피격사태와 추가 파병 등 현안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경모기자
정부는 이라크 티크리트 인근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격사건에도 불구하고 파병 원칙은 고수하고 있으나 파병의 성격이나 규모 등 구체적인 세부안에 있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이라크에 파견할 병력의 안전 문제가 최우선적인 고려요소로 떠올랐고, 따라서 파병부대의 안전을 담보할 최상의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2일 ‘이번 사건이 파병의 성격 규모 시기 등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국회 이라크 조사단과 국방위원, 정당 대표들과 만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해 여론의 변화기류가 파병안에 반영될 것임을 시사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일 국회 이라크 조사단(단장 강창희·姜昌熙 의원)의 조사위원 6명과 청와대에서 조찬을 함께하며 파병에 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고 이른 시일 안에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도 만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또 국회가 정상화되면 4당 대표를 만나 정부의 몇 가지 파병안을 설명하고 최종 파병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일단 정치권 내에서는 정부방침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이 파병 방침 자체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많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지금 와서 파병 결정을 뒤엎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다른 정당에 비해 비교적 파병 반대론자가 많은 열린우리당도 2일 의원총회에서 “파병 자체는 지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치권과의 협의 과정에서는 ‘특정지역에서 독자적 지휘권을 가진 혼성부대로 구성해 치안유지와 재건지원을 동시 수행해야 한다’는 국회 이라크 조사단의 의견이 상당히 참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 대통령이 재건 지원을 주 임무로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특정지역을 맡아 어느 정도 치안유지 역할도 해야 한다는 국방부 쪽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구체적인 파병 내용에 있어서는 정치권의 의견이 양극단으로 갈려 있어 완벽한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피격사건 이후 ‘기왕 파병을 하려면 안전을 확실히 담보할 무장부대를 보내야 하고 파병규모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순수한 재건지원부대를 보내야만 테러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혀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같은 의견 차이가 대체로 ‘한나라당 대(對)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으로 갈리고 있다는 점도 파병안 확정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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