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체포동의안, 당당하게 처리하라

  • 입력 2003년 12월 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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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논란으로 열흘을 허비한 국회가 10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를 하겠다고 소집요구서를 냈다. 계류된 법안만 800여건에 달해 9일 정기국회 폐회 때까지 처리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법안을 제대로 심의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열겠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법정 처리 기한을 이미 넘긴 새해예산안만 하더라도 졸속 처리를 피하려면 좀 더 시간을 갖고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다수 국민은 이번 임시국회도 ‘방탄국회’라고 의심하고 있다. 대검이 현대 비자금사건 연루 혐의로 한나라당 박주천, 민주당 이훈평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비리 혐의 의원은 모두 6명으로 늘어났는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집되는 국회라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지 6개월째 되는 의원도 있다. 그동안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임시국회가 열렸다. 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체포, 구금되지 않으므로 이들이 검찰에 불려갈 일은 없었다. 불체포특권을 완벽히 누린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큰 목소리는 아니다. 대통령 측근비리 규명을 위해 특검법안을 재통과시킨 두 야당이 의원 비리 혐의에 대해선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함께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빗나간 동료의식의 발로이자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훈평 의원은 결백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체포동의안만이라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역시 묵묵부답이다. 특정인의 동의안만 처리해주면 나머지 의원들의 입장이 곤란할까 봐 못해주는 것이라면 실로 개탄할 일이다. 국회가 집단 범법혐의를 비호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장이라도 나서서 체포동의안을 직권으로 일괄 상정해야 한다. 법안 심사는 그 후의 일이다. 국회가 더 이상 ‘비리 의원’의 피난처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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