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9일 오전 취임 축하차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한 고건(高建) 국무총리에게 ‘쓴소리’를 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꼭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두 사람간의 대화요지.
▽조 대표=며칠 전 전주에서 국정쇄신 4개항을 요구했는데 별 반응이 없다.
▽고 총리=유념하고 계실 것이다. 오늘 (노 대통령을) 오찬에 모시는데 전해 드리겠다.
▽조 대표=국정을 쇄신하겠다더니 3, 4명의 소폭 개각이라고 한다. 내각 구성은 총리에게 달린 일 아니냐. 전폭적인 쇄신을 요청해 달라. 특히 청와대 보좌진은 큰 문제다. 국정 경험이 없는 가신 출신뿐이다. 미국 방문 때 대통령 전화를 받지도 않고, 현충일에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하게 하고….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기대면 안 된다. 청와대는 90만명의 국가공무원 중 엘리트로 채워야 한다.
후보 시절 딱 한번 독대한 적이 있는데 지지율이 50%를 넘자 자신만만해했다. 공정한 인사를 어떻게 할지 걱정하기에 “측근 가신들을 절대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주변 인사를 잘 해야 큰 인사를 잘 한다”고도 했다.
얼마 전 대통령이 태종 이방원이 되겠다고 했다는데 이방원은 개국공신들이 어린 왕을 흔들까봐 전부 사약을 내리거나 유배를 보냈다. 태종처럼 정치개혁을 하겠다면 측근 처리를 왜 안 했느냐.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장관 징발설’까지 나오는 모양인데 그러면 안 된다. 지지율은 열심히 하면 올라가는 것이지, 청와대가 총선출마 경력관리소인가.
▽고 총리=(멋쩍게 웃으며) 쓴소리만 하지 말고, 가끔 단소리도 좀 해 달라.고 총리는 이어 우리당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방문해 부안사태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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