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길지는 않았지만 그는 결론적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의 "진전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이 부시 대통령의 올해 마지막 백악관 기자회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말은 일단 올 한해의 '북핵 다자 해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후세인 체포로 고무된 분위기에서 기자회견을 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이 후세인 체포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먼저 "나는 군사력 사용을 꺼리며 그것은 마지막 선택"이라면서 외교적 수단과 설득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에 대해서도 군사행동을 하기 전에 많은 외교가 있었다"면서 "우리는 지금 김정일이 핵프로그램을 제거하도록 납득시키기 위해 외교적 수단과 설득을 사용하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이례적으로 북핵 해결 과정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하고 외교적 노력을 강조한 것과 관련,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라크전을 통해 부시 대통령 자신이 어떤 교훈을 얻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을 치르면서 군사력 사용이 결코 만만찮은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실감하고 북핵 문제를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
아울러 중국을 비롯한 6자 회담 당사국들이 연내는 아니지만 내년 초에라도 6자회담이 열리도록 노력하고 있는 만큼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중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짧은 언급' 속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 접근법'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이 방식은 (작년 10월)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시작한 일"이라고 부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김정일이 내 말을 잘 경청하길 바란다"며 경고를 잊지 않았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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