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박종규/조폭과 政黨의 닮은 점

  • 입력 2003년 12월 16일 18시 33분


박종규
요즘 대기업들이 ‘차떼기’로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필자는 정도경영을 주장하는 바른경제동인회에 관여하다 보니 이에 대한 코멘트를 요구받는 일이 꽤 있는데, 그럴 때 이렇게 말한다.

“술집이 조직폭력배에게 상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폭간에 구획정리가 잘 돼 있으면 한 군데만 내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면 두 군데에 내야 하고, 그것도 보복이 두려워 서로 간에 모르게 해야 한다. 우리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잘한 일은 아니나, 이번의 경우는 기업의 돈을 사주가 착복한 게 아니라 몰래 정치헌금 한 죄밖에 없다. 나로서도 기업을 비난할 수가 없다.”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도 현상만 탓할 것이 아니라 실상을 정확히 봐야 한다. 불법 정치자금의 근본원인은 기업에 대한 권력의 보복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치권은 정치개혁 입법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실효성 없는 내용이다. 요컨대 금배지를 못 달게 해야 한다. 당선자가 불법 자금이나 한도를 초과한 선거자금을 사용한 혐의가 있으면 선거 후 30일 이내에 낙선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고, 제소된 당선자는 소송 종료까지 의원 취임을 보류시키자. 피고가 유죄면 정치생명이 끝나도록 10년간 공민권을 박탈하고, 원고가 질 경우 같은 형을 부과해 무고를 방지하면 된다.

지금은 당선자가 피소되더라도 의원에 취임한다. 불법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을 이용, 법정 출두를 기피해 최장 3년을 끈다. 그러나 의원취임을 보류시키면 피고가 소송의 조기종결을 원하게 된다. 불법으로 당선된 의원이 법률안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 대위권(代位權)의 중대한 하자일 수 있으므로 ‘유죄확정 전 무죄 추정’의 보편적 형법이론을 의원 당락에 관해서만은 적용해선 안 된다.

이는 선거자금의 감시에도 경쟁원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후보자간의 상호감시만이 부정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도 1883년 엄격한 선거법을 제정하기 전에는 선거부정이 난무했다. 유럽 여러 나라도 영국의 뒤를 따라 오늘날 깨끗한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다.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부회장·KSS해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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