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앤문 감세청탁]양길승은 ‘향응’ 직무대행은 ‘돈’

  • 입력 2003년 12월 17일 19시 04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386 참모인 여택수(呂澤壽)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이 썬앤문그룹에서 3000만원을 받은 단서가 포착되는 등 썬앤문그룹과 관련한 노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다 썬앤문그룹의 감세 청탁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5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 대통령이 국세청장에게 전화로 세금 감면을 청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씨 금품수수 파장=여씨 사건은 대통령 측근 비리가 일부 핵심 측근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안희정(安熙正·구속)씨,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등 노 대통령의 측근 3명에 이어 청와대 안방을 지키는 여씨의 비리가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씨는 양 전 실장이 물러난뒤 사실상 제1부속실장 직무대행을 해 왔다. 특히 여씨 사건은 썬앤문 그룹이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노 후보측에 조직적으로 자금을 건넸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어서 앞으로의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구속) 회장이 지난해 12월 초 여씨에게 3000만원을 건넨 단서가 포착된 데다 이 회사 전 부회장인 김성래씨(여·구속)가 지난해 12월 5, 6일 두 차례 문 회장과 함께 부산에서 유세 중이던 노 후보를 만났다고 주장한 진술도 최근 공개됐다.

특히 여씨의 경우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한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여씨의 위법이 확인될 경우 노 대통령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여씨가 문 회장에게서 받은 3000만원이 불법 정치자금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여씨의 개인적인 유용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孫씨 외부인사 감세청탁 전화 받아”

▽썬앤문 감세 청탁 경로=검찰은 지난해 5월 당시 노 후보가 손영래(孫永來) 국세청장에게 전화로 썬앤문그룹의 세금 감면을 청탁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있긴 하지만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썬앤문그룹의 감세 청탁 사건은 결과적으로 ‘성공한 로비’였기 때문에 최대 171억원, 최소 71억원에서 23억원으로 세금이 감면된 배경에 정치권 및 권력 실세 등의 압력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 검찰은 손 전 청장의 구속영장에서 그가 “썬앤문그룹 특별세무조사와 관련해 국회의원들과 외부인사들로부터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무리하지 말라”며 부하 직원에게 감세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검찰은 우선 썬앤문그룹측이 민주당 박모 의원을 통해 감세 청탁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문 회장 등을 손 전 청장에게 소개해 면담을 주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 실제 손 전 청장은 세금이 감면되기 전 문 회장 등을 만났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검은 16일 김 전 부회장이 올 5월 서울지검 수사에서 “감세가 이뤄진 뒤 박 의원을 찾아가 돈을 전달하려 했으나 박 의원이 거절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의 감세 청탁 개입 여부도 관심사다. 검찰에 따르면 문 회장은 노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구속)에게 “노 대통령에게 (감세 청탁 전화를 손 전 청장에게 해 줄 것을)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안씨는 문 회장으로부터 청탁이나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했고 손 전 청장도 노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이후 문 회장이 노 후보측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김 전 부회장의 진술도 나와 있는 상태여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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