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350~400억 발언` 반응]“할말 없다” 검찰 곤혹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8시 55분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이 사용한 대선자금의 총규모가 합법과 불법을 합쳐 400억원을 넘지 않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19일 춘천 발언에 대해 검찰은 일절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검 수뇌부와 수사팀은 노 대통령의 잇단 대선자금 언급에 대해 내심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 도입 방침을 천명하는 등 검찰 수사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이라는 의혹을 살 만한 발언을 대통령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사 결과 한나라당은 삼성 등 4대 기업에서 50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노무현 후보 개인 캠프를 포함한 민주당은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그룹에서 받은 1억원 등 수십억원대의 편법 또는 불법 자금만 드러난 상태다. 물론 검찰이 노 후보 개인 캠프와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불법 자금이 밝혀질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수사팀은 노 후보 개인 캠프와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초과할지는 미리 말할 수 없다며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도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부담 때문에 검찰 수뇌부는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수사가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이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며 의도적으로 무관심한 반응을 보인 것이나 “수사팀에 언론 보도를 일절 접하지 말고 수사에만 전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합법’으로 규정한 대선자금 가운데서도 검찰의 기준으로 보면 편법 또는 불법의 소지가 있는 자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불법 자금이 대통령이 언급한 범위(70억∼120억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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