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검 수뇌부와 수사팀은 노 대통령의 잇단 대선자금 언급에 대해 내심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 도입 방침을 천명하는 등 검찰 수사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이라는 의혹을 살 만한 발언을 대통령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사 결과 한나라당은 삼성 등 4대 기업에서 50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노무현 후보 개인 캠프를 포함한 민주당은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그룹에서 받은 1억원 등 수십억원대의 편법 또는 불법 자금만 드러난 상태다. 물론 검찰이 노 후보 개인 캠프와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불법 자금이 밝혀질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수사팀은 노 후보 개인 캠프와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초과할지는 미리 말할 수 없다며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도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부담 때문에 검찰 수뇌부는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수사가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이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며 의도적으로 무관심한 반응을 보인 것이나 “수사팀에 언론 보도를 일절 접하지 말고 수사에만 전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합법’으로 규정한 대선자금 가운데서도 검찰의 기준으로 보면 편법 또는 불법의 소지가 있는 자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불법 자금이 대통령이 언급한 범위(70억∼120억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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