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던 퇴임식을 갑자기 오전 9시로 앞당겼다. 도청 앞에서 집회를 갖기로 한 한나라당 관계자들과의 충돌 등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행사장은 도청 광장에서 도청 도민홀로 변경됐다.
경남도는 당초 도청 광장에서 1만명이 참석하는 성대한 퇴임 행사를 계획했으나 퇴임식장을 바꾸면서 도청 직원들만 식장에 참석하도록 했다. 경남지역 기관장 단체장 등 외부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경남도 관계자는 “퇴임식에 불상사가 발생하면 좋지 않을 것 같아 시간과 참석 범위 등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퇴임식장 주변에는 정사복 경찰관 300여명이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전 9시경 도청에 도착, 행사장인 도민홀로 직행해 1993년 12월 28일 취임식을 했던 자리에서 중도 하차의 변을 밝혔다.
그는 “여러분의 노력과 협조로 도민 소득 면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던 경남도를 상위권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면서 “우리 정치 현실을 바꾸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일념에서 한나라당 탈당과 지사직 사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단 공무원에서 중앙 부처에 진출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자신의 인생 역정을 설명하면서 “김혁규 사전(辭典)에 실패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초라한 퇴임식이 마음에 걸리는지 “많은 도민에게 도정 성과와 왜 떠나는지를 설명하고 싶었는데 시장 군수마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와 부인 이정숙(李貞淑)씨는 석별의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여러 차례 눈물을 훔쳤다. 이 광경에 눈시울을 붉힌 공무원이 적지 않았다.
경남도청 직원들은 김 전 지사를 따뜻하게 환송했지만 그의 ‘정치적 변신’에 대한 비난 여론과 한나라당 인사들의 불쾌감은 여전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한 도의원은 “(김 전 지사가) 허겁지겁 퇴임식을 할 바에는 안하는 것만 못했다”고 비난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