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금실 장관도 쓴소리 하는데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44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월간 ‘신동아’(1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노 정권의 지지도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낮은 것은 “일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지적했다. “형식과 내용에서 법치주의에 부합할 만한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일을 처리하는 데 원숙함과 기량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노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각료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생각과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이런 비판을 했다는 사실을 대통령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강 장관이 이럴진대 일반 국민의 평가는 어떻겠는가.

강 장관은 핵심을 짚고 있다. ‘법치주의에 부합할 전문성의 부족’이란 코드만 따졌지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뜻이다. 제대로 일할 사람이 적으니 일처리의 원숙함과 기량인들 어디에서 찾겠는가. 끝이 안 보이는 정쟁(政爭) 속에서 경제는 주저앉고, 사회는 갈라지고, 민생은 팽개쳐진 이유를 그는 한마디로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마침 대통령수석비서관들과 일부 장관들을 바꾼다고 한다. 지난 10개월의 혼선과 비효율을 극복하고 국정을 새롭게 다잡으려면 전문성, 조정 능력, 원숙함을 갖춘 인사를 폭넓게 찾아 써야 한다.

행여 총선 출마를 종용하기 위해서, 또는 낙선될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 인사의 폭과 자리를 미리 정해 놓고 할 인사라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총선은 잊고 백지상태에서 인사의 틀을 짜야 한다.

노 대통령은 친노(親盧) 단체들이 주최한 당선 1주년 행사에서 국정운영의 총체적 실패를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강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일을 못해 인기가 없을 때는 남을 탓하지 말고 자기 탓을 해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이런 소리를 다시 듣지 않으려면 인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인사가 국가경영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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