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일씨 고향집 표정]“생애 최고 크리스마스 선물”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8시 55분


“조마조마했는데 드디어 형님이 살아서 돌아오시는군요.”

국군포로 전용일씨의 친동생 수일(壽日·64·경북 영천시 화산면 유성리)씨는 성탄절 전날인 24일 당국으로부터 형님이 귀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50년 동안 기다리던 ‘선물’이었다.

수일씨는 “그동안 이야기만 무성해 애를 태웠다”면서 “형님이 꿈에 그렸을 고향 땅을 50년 만에 밟게 되다니 참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수일씨는 이날 부인 이하자(李夏子·63)씨와 함께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이들 부부는 매년 6월 6일 현충일에 형님의 제사를 지내왔다.

수일씨는 “형님이 고향에 돌아오면 어머니 산소부터 함께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제사를 지내오다 1987년 세상을 떴다.

이씨는 “TV에 나온 아주버님이 남편과 얼굴이 비슷해 바로 알아봤다”며 “여생을 고향에서 함께 보낼 수 있게 돼 얼마나 좋으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씨의 가족과 친지들은 용일씨의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꼭 고향으로 보내달라”는 탄원서를 외교통상부에 내기도 했다. 전씨의 누나 연옥씨(78)와 여동생 분이씨(58)는 현재 대구에 살고 있다.

전씨의 탈북소식이 알려진 뒤 정부에 송환 호소문을 보냈던 영천시의회는 전씨가 돌아오면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임상원(林相元·61) 의장은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영천에서는 아직도 무명용사의 유골이 발굴되고 있어 전씨의 귀환은 더욱 뭉클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수일씨 부부는 관계 당국의 조사 절차 등으로 인해 26일경에야 서울에서 전씨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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