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열린우리당측의 총선지원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와 대선자금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내년 1, 2월경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것은 물론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까지 총선에 총동원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제3당으로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앞으로 정국을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양강(兩强)구도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은 힘을 잃을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출마할 지역구와 경쟁예상 후보 등을 묻고, 일부 지역구 출마 예정자에겐 “만만치 않겠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또 “부산 쪽 분위기는 어떠냐”며 총선 승부처로 꼽히는 부산의 동향에 관심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의 자금사정에 대해 “만약 박상규(朴尙奎)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김원길(金元吉) 의원이 재정위원장으로 있었다면 (자금이) 많이 들어왔을 것”이라며 “그러나 두 의원이 후보단일화 이후 저쪽(한나라당)으로 가는 바람에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많지 않았고, 재정전문가가 아닌 이상수(李相洙) 의원이 책임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명백한 사전선거운동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선거중립내각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내년 총선을 ‘한나라당 대 노 대통령’이라는 인위적 구도로 치르려는 발상으로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도 “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열린우리당을 못 도와줘 안달이었는데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중앙상임위원 겸 대변인은 “청와대는 우리당 선거대책본부이고 노 대통령은 선대본부장인가”라며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망각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어려운 환경에서 출마하는 정치신인인 퇴임 비서관들에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격려 차원의 덕담”이라며 “총선 구도나 전략을 얘기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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