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측근비리 특검 ‘정치 外風’ 차단해야

  • 입력 2004년 1월 5일 18시 28분


6일부터 공식 수사에 들어가는 김진흥 특별검사팀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어떤 특검보다도 그 부담이 크다고 하겠다. 이번 특검은 4·15총선을 앞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도 특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김진흥 특검은 선거 국면에 유리한 쪽으로 수사를 끌고 가려는 권력 및 정치권의 외풍에 수사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 차단막이 돼야 한다.

김진흥 특검의 핵심 과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관련된 의혹이다. 야 3당이 특검법을 재의결한 후 검찰이 측근비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손을 댔다고 할 수 있으나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관련된 부분은 수사와 법률적 판단을 대부분 특검으로 미뤄 놓았다. 검찰은 국세청의 썬앤문 감세(減稅) 보고서에 ‘노’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당시 노 대통령후보가 손영래 전 국세청장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않았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을 소추할 수는 없지만 노 대통령이 이러한 의혹에 관한 수사를 자청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수사 방법과 시기에 관해 특검팀과 청와대가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은 측근들이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에게서 돈을 받을 때 노 후보가 동석했다가 돈이 건네지기 직전에 자리를 뜬 일에 대해서도 법률적인 판단을 유보했다. 이와 함께 불법 대선자금으로 장수천 부채를 갚은 혐의에 노 대통령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도 특검에서 규명돼야 한다. 안희정 이광재 최도술씨 등 측근들이 받았다는 불법 대선자금 및 당선 축하금의 규모를 놓고 검찰 수사와 야당 주장 사이에 차이가 너무 크다. 특검은 이 모든 미완의 진실을 규명하는 한편 검찰 초기 수사의 부실 검증까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측근비리는 군사독재정권 시절부터 민주화시대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이어지는 고질(痼疾)이다. 김진흥 특검은 이 나라에서 다시 대통령 측근비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후대(後代)가 경계(警戒)로 삼을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청와대든, 여야 어느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든 정치적 외풍에 특검이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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