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의원 "지난 4년 참으로 부끄럽다"

  • 입력 2004년 1월 6일 13시 55분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제 자신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기에 17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한나라당 오세훈(43·초선·서울 강남을)의원이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저의 결정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선배들이 스스로 거취를 돌아보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지난 9월 선배들에게 ‘용퇴’를 요청한 것은 그들이 잘못해서가 아니고 그 시대의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기에 아름다운 퇴장을 보고 싶다는 뜻으로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면서 “그때 저도 함께 같이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굳혔고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해 물러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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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외국에서 환경 관련 공부를 할 생각이고, 그 이후에는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발표한 ‘정치 참회록’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우리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현실정치에 발을 디뎠고 부분적이나마 결실도 있어 위안이 된다”면서 “그러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은 정치개혁과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 참여한 제게 참으로 견디기 힘든 자기모순이고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개혁의 실현을 목표로 삼았으나 오히려 ‘개혁의 상실’을 경험했으며 그 현실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버리는데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했던 주장을 이제 실행하려 한다”면서 “이번 불출마가 정치권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과정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미래를 위해서는 국민들로 하여금 당에 거부감을 갖게 만드는 음습했던 과거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오 의원은 “이번 저의 불출마가 정치권 전반에 ‘내 탓이오’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면서 “성원해준 국민에게 실망을 남긴 것에 용서를 구하고 어디서든 정치개혁의 완성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의원의 ‘정치 참회록’ 회견문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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