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사생활 언급 여경 좌천 파문

  • 입력 2004년 1월 6일 14시 13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근무하던 강순덕 경위(37)가 사석에서 동료들과 노무현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소문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전격 좌천됐다.

이번 좌천성 인사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 '외압논란'이 일고 있다.

강 경위는 지난해 말 경찰청 1층 포돌이 커피숍에서 여경 6명과 함께 남녀 관계 등 시중에 떠도는 말을 하는 등 수다를 떨었으며 이를 누군가 듣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뒤 인사조치됐다.

경찰청은 강 경위가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해 부적절한 말을 해 경찰의 품위를 손상했다며 청와대의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특수수사과에서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남대문서 경무과로 대기발령을 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7일 여경 20여명이 민주당에 입당한 김강자 전 총경을 환송하는 오찬을 마친 뒤 포돌이 커피숍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강 경위는 '카더라' 수준의 노 대통령 가족 사생활에 대한 얘기를 했고, 이 내용이 크리스마스인 25일 청와대와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노무현, ○○○ 알고 계십니까'라는 제목의 글로 게재됐다.

경찰청은 감찰팀의 조사로 강 경위가 이날 커피숍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과 IP추적으로 이 글이 지난해 12월 24일 밤 11시쯤 경기도 하남시의 한 PC방에서 작성된 것은 확인했으나 누가 이 글을 작성해 인터넷에 올렸는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경찰청은 작성자를 찾기 위해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은 민원인이 강 경위 등의 이야기를 엿들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 경위는 지난해 경찰사상 최초로 군장성들의 뇌물비리를 적발, 국방부 전 시설국장이었던 신택균 예비역 소장(57)을 구속시키고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63)을 불구속 입건시킨 인물이다. 강 경위는 이 같은 활동으로 일부 언론에 의해 경찰분야 '올해의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강 경위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 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은 이에 대한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의 사전선거운동성 발언은 '사적인 덕담'이라고 변명했던 청와대가 커피숍의 사담까지 개입한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총선에 대비한 경찰 군기 잡기인지, 경찰청의 과잉 충성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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