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남씨 “송두율씨 권유로 입북”…6일 5차공판

  • 입력 2004년 1월 6일 18시 29분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60)씨에 대한 5차 공판에서 독일 유학 중 송씨와 함께 반정부 활동을 벌이다 입북했던 오길남(吳吉男·61)씨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해 “입북은 송씨의 권유가 결정적 계기였다”고 진술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이대경·李大敬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오씨는 “1985년 송씨 등의 권유를 받고 가족과 함께 입북을 결심했다”며 “그러나 막상 북한에 가 보니 문제가 너무 많다고 느껴 다음 해 홀로 탈북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탈북 이후 송씨가 ‘가족을 생각해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다”며 “당시 독일에서 ‘민주사회 건설협의회’ 활동을 하며 송씨를 하나님처럼 모셨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씨는 “당시 오씨가 하도 괴로워하기에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 내가 당신의 입장이라면 가족을 택하겠다’고 말한 것일 뿐 재입북을 권유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또 송씨 저서의 번역을 둘러싸고 검찰과 송씨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송씨는 “검찰이 내가 쓴 글을 의도적으로 오역해 나를 공격하고 있다”며 “일례로 검찰은 내가 저서에서 남한사회를 ‘악마의 굴레’라고 표현했다고 주장하는데 원전의 표현은 영어로 ‘vicious circle’, 한국말로 ‘악순환’이라는 관용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번역자에게 가능한 한 직역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악순환이라는 번역도 가능하지만 ‘악마의 굴레’라는 번역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송씨는 이에 대해 “내 저서를 두 명의 독문학 박사에게 번역해 달라고 의뢰했다”며 “그 결과물을 재판부에 제출할 테니 비교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이 송씨가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비서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소송사기 미수혐의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황씨를 증인으로 소환해 14일 비공개 신문키로 했다.

황씨는 1998년 “송씨는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폭로했으나 송씨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명예훼손 사실은 인정했으나 “황씨의 주장이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리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며 배상책임은 묻지 않았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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