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의원 “잘못 묵인한 무력함 부끄러워”

  • 입력 2004년 1월 6일 18시 48분


한나라당의 대표적 소장 개혁파인 오세훈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총선 불출마 결심을 밝히고 있다. 오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불출마가 당내 개혁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의 대표적 소장 개혁파인 오세훈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총선 불출마 결심을 밝히고 있다. 오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불출마가 당내 개혁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영수기자
“이번 저의 결정이 많은 선배들이 스스로 거취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은 6일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직후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심경을 밝혔다.

오 의원은 불출마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다”고 밝힌 뒤 “지난해 9월 5, 6공 용퇴론을 제기했을 때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다른 사람에게만 물러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 작은 기득권이라도 버리는 데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는 나의 주장을 실행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태도 뒤에는 처절한 반성이 깔려 있다.

오 의원은 이날 지난 4년 동안 자신의 모습을 ‘5무(無)’로 표현했다.

오 의원은 △정치현실을 모르면서 정치를 바꾸겠다고 덤벼든 무모함 △잘못을 묵인한 무력함 △잘못에 동화되어간 무감각함 △미숙한 자기 확신을 진리로 착각한 무지함 △세계관이 다름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무시한 것에 대해 부끄럽다고 했다.

▼관련기사▼
- 5選 김종하의원 “후진에 길 터주겠다”

그는 정치현실에 대한 자괴감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었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힘겨운 갈등에 가슴 아팠다”며 특히 정치개혁을 위해 뛰어든 정치판에서 오히려 ‘개혁의 상실’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 ‘5, 6공 용퇴론이 아직도 유효하냐’는 질문에는 “한나라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을 바꾸어야 한다”며 “한나라당에 대해 생리적인 거부감을 갖는 국민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오 의원은 정치권이 국민에게 외면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 생존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고 싸우기 때문”이라며 “정치인들은 생존을 해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오 의원은 정치인이 누리는 특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권이 없는 사회에서 진정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이 나올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오 의원은 16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 자신의 관심 분야인 환경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유럽의 환경정책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오세훈 의원의 ‘정치 참회록’ 회견문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