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전당대회]초반부터 '정동영 대세론'…싱거운 승부

  • 입력 2004년 1월 11일 18시 54분


결국 예상대로 대세론이 승부를 갈랐다.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은 시종 선두를 달려온 정동영 의원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정 의장의 승리는 당초 유일한 경쟁자로 꼽히던 김근태 원내대표가 불출마한 데다 대의원의 20% 정도로 추산되는 개혁당 출신의 공개 지지까지 얻은 상황에서 예상됐던 결과였다.

무엇보다 4월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의 간판을 젊고 개혁적인 인사로 바꿔야 승산이 있다는 당 내 여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신기남(辛基南) 이부영(李富榮) 의원이 2, 3위를 차지하는 등 개혁소장파가 지도부에 전면 포진한 것도 ‘개혁 대 반(反)개혁’ 구도로 총선판을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상임중앙위원 5명 중 4명이 50대로 구성된 것은 ‘젊은당 대 노인당’ 구도로 한나라당과의 대립각을 세우라는 당원들의 주문이 담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예비경선을 거쳐 영남권 단일후보가 된 김정길(金正吉)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4위에 그친 것도 대의원의 25%를 차지하는 영남표가 ‘영남 의장론’과 ‘개혁 대세론’으로 갈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총대의원 1만1103명 중 75.1%인 8338명이 참여했다.

투표 후에는 김원기 전 공동의장, 김근태 원내대표 등이 당가에 맞춰 당원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의 당 대표가 모두 60대 중후반인 점을 감안해 50대 지도자의 ‘젊은 여당’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놓고 전략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부패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 한나라당과 호남권 수성에 몰린 민주당은 이제 열린우리당에 맞서 개혁 및 물갈이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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