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모호성 전략’ 또 구사…美와 물밑대화 진전 관심

  • 입력 2004년 1월 11일 18시 57분


핵 전문가 등이 포함된 미국의 민간 대표단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시찰하고 돌아옴에 따라 2차 6자회담과 북-미 협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1994년 북한 핵 위기가 그해 6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제네바합의로 이어지는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이번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뭔가 양국간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 대표단의 방북 허용에 대해 “핵 활동에 관한 억측보도와 모호성으로 당면한 핵문제 해결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도 북한이 이를 대화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핵동결 의사를 거듭 표명한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이번에 북한의 핵 활동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을 경우 북한이 제네바합의 등을 정면으로 파기한 것이므로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거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실측장비 없이 방북한 미 대표단이 과연 영변의 핵시설을 눈으로 살펴보는 것만으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북한이 미 대표단에 보여줬다는 ‘핵 억지력’의 실체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선 이를 핵무기로 해석하지만 북한은 직접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적은 없다.

북한은 심지어 핵 억지력을 북한 주민들의 ‘일심단결’이라고 주장할 만큼 이에 대해선 철저하게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미 대표단의 영변 핵시설 시찰이 북핵 국면에서 의미 있는 변수가 될 것인지 여부는 이들이 보고 들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가 알려져야 판단이 가능할 전망이다.

북한의 핵 억지력 관련 언급
일시주요 내용비고
20031.10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정부성명 형식으로 발표
20034.188000여대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외무성 대변인, 중앙통신 회견
20034.30현실은 미국의 가중되는 대조선 압살책동을 물리적으로 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외무성 대변인 담화
20036.18우리는 정당방위 조치로 우리의 자위적 핵 억지력을강화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외무성 대변인 성명
200310. 2폐연료봉 재처리를 성과적으로 끝냈다. 플루토늄을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용도를 변경시켰다외무성 대변인 담화
200310.16때가 되면 우리의 핵 억지력을 물리적으로 공개하는조치가 취해질 것이다외무성 대변인, 중앙통신 회견
200312.15미국의 지연전술은 우리 공화국을 끊임없는 핵 억지력 강화로 떠미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노동신문 논평
20041.10미국은 우리로 하여금 핵 억지력을 마련하도록 했는데,우리는 이것을 이번에 존 루이스 일행에게 보여줬다외무성 대변인, 중앙통신 회견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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