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자간 통상압력 강화 조짐…WTO, DDA협상 재개 촉구

  • 입력 2004년 1월 12일 18시 47분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재개해 세계 각국에 다자(多者)간 통상 압력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2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아시아판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중반까지 DDA 기본 협상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WTO 148개 회원국들에 협상 아이디어를 담은 편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졸릭 대표는 또 “2월부터 회원국을 직접 방문해 DDA 협상의 재개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며 “올해 중으로 DDA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DDA 협상이 결렬되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이용한 양자간 통상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광장의 정영진 통상전문 변호사는 “미국이 통상압력의 수단을 양자 중심에서 다자 중심으로 넓히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졸릭 대표는 또 “선진국이 농업수출보조금을 폐지하지 않고는 어떤 합의도 불가능하다”고 밝혀 선진국의 농산물 수출 보조금 폐지 등을 주장해 온 개발도상국의 요구를 상당폭 수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와 함께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WTO 일반이사회 의장직도 개도국이 맡는 것이 좋겠다”면서 차기 의장국 후보로 브라질 칠레 파나마 싱가포르 파키스탄 등을 꼽았다.

이 같은 발언은 졸릭 대표가 칸쿤 WTO 각료회의가 결렬된 후 개도국에 책임을 돌리며 보복까지 거론하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개도국을 달래서 DDA 협상에서 미국에 유리한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다자간 통상 협상 강화 움직임은 한국에 기회와 과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통상압력 자체는 강화되겠지만 다자간 협상틀을 마련하면 쌀 시장 개방 협상 등에서는 한국이 유리하다는 것.

안호영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올해 우루과이라운드(UR)에 따른 한국의 쌀 시장 개방 재협상 등에서 양자간 협상보다는 다자간 협상이 한국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