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외교부직원 징계방침]문제발언과 조사 배경

  • 입력 2004년 1월 12일 18시 47분


청와대가 외교통상부 일부 간부 및 직원들의 ‘문제 발언’을 접한 것은 2∼3개월 전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조사는 지난해 말 외교부 직원의 투서가 접수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이들을 직접 조사할 경우 작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을 우려해 10일 이상 고심한 끝에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투서에 문제가 된 발언의 내용과 장소 시간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어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민정수석실은 산하의 민정, 공직기강, 사정비서관실을 조사에 동원했다.

조사는 △대통령 및 정부의 대미정책에 대한 폄하 발언 △6자회담과 이라크 추가파병에 관한 정보 유출 여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부간의 갈등 문제를 다룬 6일자 국민일보 보도 경위 등 세 갈래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특히 발끈한 것은 외교부의 한 간부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폄하하며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의 발언에 맞장구를 친 대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총무는 5일 당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전체 국민의 10%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또 다른 10%는 호감도 악감도 아닌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며 “이들 20%가 노 대통령 지지세력”이라고 말했었다.

외교부 간부는 또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이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 그러면 대통령은 과학기술부와 해양수산부만 관리하면 될 것”이라는 발언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보도의 경우 NSC측이 외교부 내의 발설 혐의자를 구체적으로 지목해 민정수석실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의 위성락(魏聖洛) 북미국장과 이혁(李赫) 장관정책보좌관이 10일 외교부 청사 내에 있는 민정수석실에 불려가 국민일보 기자와 통화한 사실 등을 추궁받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외교부 공무원들의 발언을 문제 삼는 데에는 그동안 대미정책 등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NSC와 외교부간의 파워게임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외교부 안팎의 시각이다.

외교부 쪽에서는 그동안 NSC측을 향해 “NSC에 외교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으며 남북관계 전문가만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모든 대외정책을 남북관계를 축(軸)으로 생각해 방향착오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반면 NSC 쪽에선 자신들을 ‘탈레반’으로 부르는 외교부 일부 인사들의 자주성 부족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류가 있어 왔다. 결국 이 같은 갈등이 이번 사건으로 불거졌다는 관측이 많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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