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신임 걸고 선거운동 하나

  • 입력 2004년 1월 12일 18시 50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4월 총선과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연계론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어제는 우리당 정동영 새 상임중앙위 의장이 “우리당이 총선 정당지지율 1위를 하거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재신임한 것 아니냐”고 말했고 다른 의원들도 동조했다고 한다. 이 방안이 잇달아 거론되는데도 정작 당사자인 노 대통령은 딱 부러지게 부인하지 않고 있어 여권이 재신임 문제를 총선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결과를 놓고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헌법정신 왜곡이다. 헌법 어느 구석에도 그런 조항이 없다. 총선이 정권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띠는 것은 사실이지만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임기까지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재신임과 불신임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무엇보다 총선-재신임 연계론은 우리당 후보를 많이 뽑아야 한다는 대(對)국민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 총선 결과가 나쁘면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고, 이 경우 국가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국민의 불안감을 이용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요즘 노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총선에 쏠려있다는 지적이다. 선거 개입 시비를 부르면서도 끊임없이 우리당 승리를 기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총선-재신임 연계론도 이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결국 공무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선거법 위반 아닌가.

이제 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하는 일은 없다거나, 재신임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등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재신임 문제가 여당의 선거전략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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