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청와대는 이번 파문을 ‘대외 의존적 외교’와 ‘참여정부의 자주적 외교’의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 장관의 외교가 잘못됐으니 버리고 코드를 바꾸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대통령과 청와대가 함께 이끌어 온 참여정부의 외교를 비하하면서 외교부에만 책임을 돌리는 청와대의 처신은 옳지 못하다.
극단적인 대응은 위기를 부추길 뿐이다. 우선 이번 조치가 외교부를 비롯한 공직사회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이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 외교부 직원들의 오해와 이견을 비난하면서 공무원은 대통령의 정책을 존중하고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 경질은 자칫하면 대통령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토론, 대안 제시까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공무원의 눈치 보기와 몸 사리기를 강요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상황 변화에도 민감해야 한다.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만을 지켜야 한다면 외교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정책을 강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외교 현장의 변수를 무시한다면 최선의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청와대가 내세우는 자주도 외교의 결과로 획득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외친다고 해서 굴러들어오는 게 아니다.
외교장관 경질은 주요 외교 파트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언급한 의존적 외교와 자주 외교의 대상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관계가 특히 우려된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가 강조하는 자주외교를 반미외교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내에 이번 파문의 승자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의 눈에는 모두가 패자로 보인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