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이미 전날인 14일 오후 윤 장관 경질 방침을 결정했고, 곧바로 경질 통보와 후임 장관 물색작업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당사자인 윤 전 장관은 이날 오후 3시반 정례브리핑 서두에 “18∼21일 영국을 방문하고, 22∼24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몇 시간 후 자신의 거취가 바뀔 것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던 셈이다.
그러나 브리핑 직후 청와대 내에서는 “윤 장관이 사태의 심각성을 너무 모른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외교부 공무원의 폄훼발언에 대해 “인사조치를 취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는데도 윤 전 장관이 “아직 민정수석실로부터 조사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다. 지금은 별로 말할 게 없다”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비판이었다.
청와대 일각의 ‘윤 장관 경질’ 건의에 고심하고 있던 노 대통령은 윤 전 장관의 브리핑 내용을 전해 듣고, 결국 경질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청와대 내 ‘자주파’의 표적이 돼 왔던 위성락(魏聖洛) 북미국장 문제도 윤 전 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윤 전 장관은 13일 위 국장을 미래한미동맹 6차회의에 참석시키기 위해 예정대로 미국으로 내보냈고, 이는 청와대 쪽에 “윤 장관이 여전히 위 국장을 감싸고 있다”는 신호로 비쳤다.
14일 저녁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윤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경질 방침을 통보한 뒤 후임자 물색에 나섰다.
정 수석비서관은 이때 이미 지방에 머물고 있던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공직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하면서 “미국 영주권을 포기할 뜻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16일 아침 윤 전 장관을 관저로 불러 아침식사를 하면서 “학교에 돌아가더라도 지속적으로 정책적인 측면에서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윤 전 장관은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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