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교수 “경제 이끌어야 할 선장이 잠자…”

  • 입력 2004년 1월 19일 18시 49분


“한 마디로 배를 운전하는 ‘선장’이 잠을 자고 있으니까 그를 깨워 배를 제대로 이끌고 가라는 것이다.”

19일 경제·경영·행정학 분야 교수 411명이 서명한 ‘이제는 경제’라는 제목의 ‘경제 시국선언’을 대표로 읽은 경제학계의 원로 서강대 경제학부 김병주(金秉柱) 교수. 그는 ‘경제의 리더십 부재(不在)’와 관련해 이렇게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교수들의 충정이 ‘정치적’으로 이해되는 것을 우려한 듯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며 철저히 비(非)정치적 색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라.” 1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학교수 411명이 서명한 ‘이제는 경제’라는 제목의 ‘경제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김병주 서강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 등 교수들의 표정이 비장하다. -박영대기자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이유는….

“교수의 본분은 연구하고 강의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수들이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성명서 발표 소식을 듣고 많은 교수들이 ‘왜 나는 뺐느냐’며 연락해 왔다. 교수들은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서 취업할 자리가 없다는 현실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성명서가 경제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대통령의 ‘구체적 행동’을 요구했는데….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발표문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질의, 응답을 보니까 마음이 다른 데 있는 것 같았다. ‘동북아 경제허브 구축’ 등 목표는 있지만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일관성 없이 말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있었다. 구체적 정책을 내놓고 일관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가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충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도 더 조직화될 수 있으며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정부가 계속 신경 쓰지 않는다면 ‘느끼고 행동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경제문제 관련) ‘국민 대토론회’ 등 공청회를 열거나 경제장관, 정당의 정책위 의장들을 찾아다니며 경제의 실상을 알리겠다. 교수들이 ‘액티브’하게 행동할 일이 없길 바란다.” ―지적한 ‘인기 영합주의 정책’의 예를 든다면 어떤 것이 있나.

“신용불량자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정부와 국회가 선거를 앞두고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 또는 돈을 안 갚아도 된다는 ‘힌트’를 주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한 선결과제는….

“우선 기업가들이 국내에 투자할 마음을 갖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온갖 규제와 노사관계 등으로 투자한 것이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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