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이후 미군이 맡아 온 ‘인계철선’ 역할이 사라지면서 수도권 방위업무가 고스란히 한국군으로 넘어오게 됐지만 아직 이에 대한 우리 군의 대비 작업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전력의 첨단화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주한미군 기지 재편과 관련해 “2006년까지 주한미군의 전력증강에 110억달러(약1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군도 긴밀한 한미공조로 안보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군이 지난해 7월 자신들이 맡아온 특정 임무 10개를 한국군에 넘겨주겠다고 했을 때 국방부가 이양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전력을 잘 아는 미국이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무력화작전이나 북의 해상침투 저지, 후방지역 화생방 오염제거 등의 임무를 2005년경 넘겨주겠다고 해 난리가 났었다”며 “2006년 후로 시기를 늦추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어임무를 정부가 부분적으로만 대체하는데도 10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주한미군은 휴전선 부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170mm 자주포(사정 54km)와 240mm 방사포(사정 60km)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게 돼 유사시 북한을 선제공격해도 북의 보복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작계)에도 반영된 상태다.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종전의 작계 5027은 남침하는 북한군을 휴전선 남쪽 20∼30km(일명 페바 지역)에서 저지한 뒤 미군이 최대 65만명까지 증원되면 북진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최근 수립된 작계 5026은 북한에 대한 초정밀 선제폭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은 앞으로 한반도뿐만이 아니라 동북아의 분쟁에 신속대응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 하영선(河英善) 교수는 “미 정부가 추진 중인 주한미군의 후방 배치와 전세계 미군의 재배치는 한국 정부가 안보불안을 이유로 붙잡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군의 전력재편 및 강화가 미군기지 이전과 맞물려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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