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이전… 軍 ‘수도권 방위’ 준비안돼

  • 입력 2004년 1월 19일 18시 49분


코멘트
한국과 미국이 한미연합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모두 한강 이남으로 이전키로 합의함에 따라 안보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6·25 이후 미군이 맡아 온 ‘인계철선’ 역할이 사라지면서 수도권 방위업무가 고스란히 한국군으로 넘어오게 됐지만 아직 이에 대한 우리 군의 대비 작업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전력의 첨단화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주한미군 기지 재편과 관련해 “2006년까지 주한미군의 전력증강에 110억달러(약1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군도 긴밀한 한미공조로 안보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군이 지난해 7월 자신들이 맡아온 특정 임무 10개를 한국군에 넘겨주겠다고 했을 때 국방부가 이양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전력을 잘 아는 미국이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무력화작전이나 북의 해상침투 저지, 후방지역 화생방 오염제거 등의 임무를 2005년경 넘겨주겠다고 해 난리가 났었다”며 “2006년 후로 시기를 늦추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어임무를 정부가 부분적으로만 대체하는데도 10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주한미군은 휴전선 부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170mm 자주포(사정 54km)와 240mm 방사포(사정 60km)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게 돼 유사시 북한을 선제공격해도 북의 보복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작계)에도 반영된 상태다.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종전의 작계 5027은 남침하는 북한군을 휴전선 남쪽 20∼30km(일명 페바 지역)에서 저지한 뒤 미군이 최대 65만명까지 증원되면 북진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최근 수립된 작계 5026은 북한에 대한 초정밀 선제폭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은 앞으로 한반도뿐만이 아니라 동북아의 분쟁에 신속대응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 하영선(河英善) 교수는 “미 정부가 추진 중인 주한미군의 후방 배치와 전세계 미군의 재배치는 한국 정부가 안보불안을 이유로 붙잡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군의 전력재편 및 강화가 미군기지 이전과 맞물려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