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대표 대구출마 선언]호남물갈이 ‘와일드 카드’

  • 입력 2004년 1월 19일 18시 49분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아성(牙城)’인 서울 강북을 지역구를 내놓고 대구 출마를 전격 선언한 것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당내 중진들의 물갈이를 압박하기 위한 초강수 카드다.

실제 조 대표의 ‘대구 올인’ 결심은 당내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물갈이를 통해 개혁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것을 강조해 온 김영환(金榮煥) 상임중앙위원조차 “조 대표의 지역구 불출마와 비례대표 후순위 배치 등은 논의한 바 있으나 ‘사지(死地)인 대구 출마를 결심할 줄은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조 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구행을 염두에 두어 왔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조 대표는 이날 선친인 유석 조병옥(維石 趙炳玉) 선생이 1954년 대구 을구에서 3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6·25전쟁 중 내무장관으로 대구 사수에 앞장섰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대구는 선친과 나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창당 4주년 기념식 중 대구출마를 선언하자 김상현 상임고문(왼쪽) 등 당직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경제기자

조 대표의 결단을 계기로 호남을 비롯한 당내 중진들의 물갈이 흐름도 가속화할 조짐이다. 우선 이날 김경재(金景梓) 의원이 지역구(전남 순천)를 포기하고 서울 출마를 선언한 것이나 장재식(張在植) 의원이 전국구 후순위에 머물 것을 자임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대표의 올인 카드는 지지율 3위의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위기의식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도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를 내놓고 서울에서 승부를 걸 것이라는 관측도 짙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남 나주를 놓고 경합 중인 배기운(裴奇雲) 의원과 최인기(崔仁基) 전 행정자치부 장관 가운데 한 사람도 서울행이 점쳐진다.

한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조 대표의 당을 위한 결단에 존경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우회적으로 서울행을 검토 중임을 암시했다. 한 측근도 “어떻게 하는 것이 당을 위해 좋은 일인지 중지를 모아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저녁 최명헌(崔明憲) 정균환(鄭均桓) 장재식 의원 등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태식(金台植·전북 완주-임실) 정균환(전북 고창-부안) 김옥두(金玉斗·전남 장흥-영암) 의원측은 조 대표의 ‘용단’과는 별개로 지역구 사수 의지를 보였다.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몇몇 의원들은 “일부에서 마녀사냥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민주당을 사수한 주역들을 몰아내고 열린우리당과 합당을 추진하려는 재통합론자들의 공작이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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