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대신 나를 평가하라"

  • 입력 2004년 1월 22일 15시 01분


박정희·전두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2세들이 아버지와 장인의 공과(功過)를 대신 심판받겠다고 나섰다.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전직 대통령 2세들이 줄줄이 총선 출마를 선언한 것.

현직인 김홍일(55·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박근혜(51·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 의원은 이미 출마를 확정지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44)씨, 여기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 윤상현(41)씨 등이 금배지에 도전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이 모두 출마할 경우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한 전직 대통령 4인의 2세들이 모두 출마해 아버지와 장인의 업적을 간접적으로 평가받게 되는 셈이다.

윤상현(한양대 겸임교수)씨는 지난해 한나라당 인천 남구을지구당위원장 국민경선에 참여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장인어른의 후광을 입으려면 대구나 합천에서 나와야하는데 나는 다르다. 다른 사람들처럼 부친의 후광을 바라는 2세로 분류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현철씨는 아버지의 고향인 거제에서 출마의사를 굳히고 올해 초부터 현지에 거주하며 YS의 정치적 기반을 이어받는 등 본격적인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는 “문민정부에 대한 여러 가지 업적을 알리고 정당하게 평가 받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모든 기득권을 버린다"며 민주당을 전격 탈당한 김홍일 의원은 ‘DJ의 정치적 철학을 계승하는 정치인’으로 자처하고 지역구인 목포에서 출마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김 의원은 “정치인으로나 아들로서도 가장 존경하는 그분의 정치철학과 경륜을 계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근혜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지역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박 의원은 “선친이 가졌던 생각과 애국심을 본받아 나라를 위해 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2세들의 출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다.

야당의 한 정치인사는 “전문성을 갖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 전직대통령의 2세들은 과연 아버지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정치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임동욱 교수(충주대 행정학과)는 “2세들의 출마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민주주의를 왜곡시킨 부친들의 통치철학을 이어 받는다면 문제”라면서 “출마는 자유의사이고 결국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정확하게 선택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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