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구도를 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한나라당 대(對) 반 한나라당’에서 ‘친노(親盧) 대 반노’로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선 후 개헌 성사 여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평가에 따라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개헌 추진 배경=먼저 최 대표는 ‘돈 안 드는 선거’를 명분으로 개헌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부패한 정치권의 쇄신이라는 정치개혁 이슈와 개헌 논의를 연결시킨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은 변화가 없다”는 당 안팎의 비판도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특검의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결과가 나오면 개헌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주요 당직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조만간 대통령이 국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의 엄청난 비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특검이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 다수는 4년 뒤 대선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개헌을 통해 노 대통령의 권력을 반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최 대표가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등과 만나 개헌 논의를 하고 중진 의원 30여명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추진 의사를 이미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 반응 및 전망=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전당대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추진을 당헌당규에 명문화해 놓은 상태. 또 내각제를 지론으로 하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도 다양한 분권형 개헌론의 확산 자체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최 대표의 개헌 공론화는 야권 3당을 중심으로 ‘반노 세력’을 묶는 고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 대표가 이날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 중 한 가지를 특정하지 않은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개헌론이 총선 이슈로서 파괴력을 가질 것이냐에는 회의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과 개헌론에 한 목소리를 낼 경우 ‘권력탈취를 위한 한-민 공조’라는 여권의 역공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이날 “지금 급한 것은 개헌이 아니라 부패청산과 민생경제의 안정이다”고 일단 신중하게 응수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뿐만 아니라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내 대권 주자들이 개헌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게다가 분권형 개헌론에 대한 국민 여론마저 호의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분권형 개헌 추진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고 정치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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