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上院 FTA 비준안 전격 처리…한국, 더 미루다간 국가신용 ‘흔들’

  • 입력 2004년 1월 24일 18시 31분


칠레 상원이 22일(현지시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전격 처리함에 따라 한국의 국가신뢰도가 국제사회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칠레 FTA 발효는 한국 국회의 비준 여부에 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칠레는 한국 국회가 2월 9일 한-칠레 FTA를 비준할 것으로 믿고 특별 본회의까지 소집해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했다. 한국이 내달 국회 본회의에서 FTA 비준을 또다시 미룬다면 한국의 대외 신뢰도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의 신뢰성, 시험대에 올랐다=정부는 8일 국회본회의에서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후 칠레에 여러 차례 해명했다.

대통령이 농민과 국회의원 설득에 나섰고 국회의장이 2월 9일 표결처리를 약속했으므로 FTA비준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한국 국회에서 벌어진 몸싸움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칠레가 먼저 비준절차를 끝내는 게 한국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뜻까지 내비쳤다.

김병섭(金炳燮)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칠레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먼저 처리한 것은 한국 정부를 믿어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칠레 상원은 24일부터 2월말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칠레는 한국 국회가 2월 9일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칠레 의회 일정 탓에 FTA 발효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배려했다.

▽한국 국회, 비준 외의 대안은 없다=칠레의 비준으로 한국 국회가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관례에 비춰 칠레의 비준 처리는 한국 국회가 비준안을 통과시키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뢰도 하락뿐 아니라 악화된 통상여건도 한-칠레 FTA 비준을 미루고 있는 국회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칠레 FTA 지연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로 대(對) 칠레 무역적자는 2002년 2억9000만달러에서 작년 4억9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칠레는 작년 유럽연합(EU)과의 FTA를 발효시킨 데 이어 올해 미국과의 FTA도 발효시켰다. 이에 따라 현지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자부 당국자는 “한국의 비준 여부를 지켜보겠다던 칠레가 한발 양보한 셈이어서 한국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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