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난 민심을 두려워하라

  • 입력 2004년 1월 25일 18시 21분


설 민심이 한파보다 더 차가웠다고 한다. “먹고살기가 정말 힘들다”는 지역구민들의 하소연 앞에서 의원들은 얼굴을 들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선자금 비리로 정치에 대한 불신마저 극에 달해 귀향활동이 마치 ‘사죄활동’ 같았다고 한다.

지난 1년간의 실정과 혼란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소모적인 ‘코드논쟁’, 통합과는 거리가 멀었던 대통령의 리더십, 믿음과 희망을 주지 못한 야당, 그칠 날 없었던 정쟁(政爭), 위축된 경제…. 이 모든 것들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5%로 예상했던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면서 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니 설이 여느 설 같았겠는가.

민심이 요구하는 것은 역시 경제 살리기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경제 살리기에 관한 한 여야가 따로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말만으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진지하게 협력하며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민심은 정치의 인적, 제도적 쇄신도 요구하고 있다. 지역구를 막론하고 유권자들은 한결 같이 4월 총선에선 “인물 보고 찍겠다”고 했다고 한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국회 정치개혁특위부터 획기적인 개혁 법안들을 내놓음으로써 이런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에 앞서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당론으로 결정한 후 총선 공약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물으면 된다. 그렇지 않은 개헌론 제기는 민심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총선용 정략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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