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총선 당시 시민단체 낙선운동의 영향력을 실감한 바 있는 정치권은 긴장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낙선 운동은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바 있어 향후 불법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총선시민연대의 활동계획= 총선시민연대 결성을 제안했던 참여연대는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구체적인 낙천 낙선 운동 프로그램을 내놨다.
2000년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먼저 낙천 대상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2월5일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 1차 낙천대상자 명단을, 2월10일 비(非)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2차 낙천대상자 명단을 선정해 발표한다는 것.
낙천 대상자 선정 기준도 발표했다.
정치권의 부패 척결이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부패비리 연루'를 제1의 낙천대상자 기준으로 삼기로 했으며, △선거법위반 △인권유린 및 헌정질서 파괴 △도덕성 및 자질 △반(反)의회 및 반유권자적 행위 △정책에 대한 태도 등 항목을 정해 다른 가중치를 둬 낙천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것.
각 정당이 낙천 대상자를 공천할 경우 선거운동 기간 낙선대상자를 다시 발표할 계획이다.
총선시민연대 측은 "다양한 성향의 일반 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유권자위원회가 낙천 낙선운동 대상자를 심의, 선정할 것"이라며 "시민단체의 '운동적 기준'과는 다른 국민적 관점과 의견을 크게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참여단체는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민주화교수협의회,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민족화합운동연합, 정신개혁시민협의회 등이다. 현재까지 지역시민, 환경, 종교, 학술단체 등 274개 단체가 참여를 결정했으며, 추가로 합류할 단체까지 합치면 300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 사무처장은 "2000년 총선연대에 비해 외형적으로는 1/3 규모지만, 영향력 있는 단체들 위주로 참여했기 때문에 파급효과는 그 당시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선시민연대 측은 "현역의원들에 대한 기초조사는 다 끝났고 해당 의원으로부터 소명자료를 받는 단계"라며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관련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인급 출마예상자가 유독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모두 검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긴장하는 정치권=2000년 총선 당시 시민단체는 86명의 낙선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중 59명이 떨어졌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20명의 낙선 대상자 중 19명이 무더기로 낙마한 전례가 있다.
한나라당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낙천 낙선운동은 이미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다. 만약 시민단체가 인위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낙천 기준을 만들어 후보를 재단한다면 또 다시 불법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며 선관위의 엄중 단속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활동해야 한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나아가 "후보 개개인에 대한 낙천 낙선 운동 보다는 '차떼기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세력을 분열시킨 '배신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이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낙천 대상자 명단을 언론에 발표하는 것 자체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지만, 이들의 명단이 실린 인쇄물을 배포하거나 현수막을 게시하거나 집회를 여는 등의 방법으로 낙천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은 위법"이라며 "선거법 위반 여부를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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