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대선 나흘전 돈 가장 많이 들어왔다”

  • 입력 2004년 1월 28일 06시 46분


27일 검찰 소환을 앞둔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은 기자와 만나는 동안 줄곧 비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판사에서 재야인사로, 다시 정치인으로 변신하면서 ‘정치개혁’과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던 자신이 법을 어겨 법정에 서게 된 데 대해 회한(悔恨)이 스치는 듯했다. 이 의원은 “정말 깨끗한 선거를 치르고 싶었으나 선거 종반 박빙의 상황이 되자 과거의 타성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것이 내 한계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왜 대선자금을 모금하는 ‘악역’을 맡았나.

“나는 돈을 처리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 할 수 없이 자금을 집행하는 일과 모금하는 일을 모두 맡게 되었다. ‘내가 왜 금고지기를 맡았던가’ 하는 회한 때문에 온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188억원이 전부인가.

“188억원에는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과 안희정(安熙正)씨 등이 건넨 특별당비 명목의 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변호사 출신 아닌가.

“대선 때 돈을 주지 않자 여러 사람이 ‘법률가에게 재정책임을 맡기면 안 된다. 이상수를 갈아 치워라’고 말했을 정도다. 심지어 나를 ‘소금장수’로까지 부르더라.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결국 영수증을 처리하지 않고 돈을 받았다. 당시 유혹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진 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만났나.

“몇 차례 만났다. ‘내가 힘이 없어서 그런 문제로 부담을 줬다. 미안하다’고 말하더라.”

―왜 대선자금 전모를 한꺼번에 공개하지 못했나.

“후원자에 대한 신의, 동료 의원에 대한 배려, 법적 제한 때문에 공개하지 못했고, 마지막 검찰소환 직후 공개하려 했으나 그때는 당에서도 우리당만 공격당한다고 말려서 공개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해당 기업을 설득해 빨리 공개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나.

“11월 당 후원회를 했는데 겨우 5억3000만원이 걷혔다. 그 뒤 후보단일화가 되고 선거 종반인 12월 9일부터 돈을 주겠다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15일경 가장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한화와 금호의 경우에는 영수증을 극구 받지 않겠다고 해 내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일단 후원금을 받고 나중에 정식 후원회를 열었을 때 함께 계상해 영수증 처리를 하려고 했다.”

―검찰출두를 앞두고 있는데….

“역대 선거 중 가장 깨끗하게 치렀다고 자부하는데 정말 안타깝다. 국민에게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다만 한나라당과 우리당을 기계적인 형평의 잣대로 똑같이 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대선자금 모금 과정은 질적으로 다르다. 누구를 원망할 생각도 없다. 모든 법적, 정치적인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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